황 권한대행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요구하는 역할론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조언은 배제한 채 일부 측근과 제한적으로 소통하며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차기 대선일을 5월9일로 지정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총리실 관계자는 “무엇이 국익을 위한 일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권한대행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권한대행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번 탄핵정국에서 ‘보수의 대안’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의 러브콜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접수하거나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국당 경선구도는 사실상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의 세력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비박계 대표주자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맞서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 후보들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 탈락 후 복당한 안상수 의원이 비박계로 꼽힌다.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옮긴 조경태 의원도 비박계로 분류된다. 탄핵 기각을 주장해온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경선에 불참하기로 했다.
홍 지사는 이날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대한민국을 둘러싼 4강을 보면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모두 국수주의들”이라며 “한국도 이제는 지도자가 ‘스트롱맨’이 나와야 한다”고 강력한 리더십을 부각하고 나섰다. 이어 “아마 1대1로 붙으면 야당 후보 중 나를 이기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홍 지사 독주체제를 흔들 변수로 김황식 전 총리를 꼽는다. 그는 이명박정부에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냈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친박계 지원을 받았다. 당 지도부가 꾸준히 김 전 총리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 본인은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래 알던 사이라 만났을 뿐 대선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황 권한대행 불출마로 그의 지지표가 어디로 움직일지에 다른 주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 지사가 그의 지지표를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도 수혜자로 거론된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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