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는 16일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의 실물경제나 금융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총재는 그러나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불확실하고, 연준이 유가나 미국 정부의 정책 등에 따라 새로운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뒤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과 투자, 소비가 모두 얼어붙은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추가 인하를 망설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간 금리차가 0.25%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계속 금리를 동결한 채 연준이 예고대로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금리 상단이 1.5%가 돼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추월하게 된다. 그럴 경우 국내 증시 등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금이 수익을 좇아 우리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4월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단은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려 한·미 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여러 가계부채 보완책을 쓰고 있고, 대선 후 새 정부가 재정정책을 마련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며 “한·미의 금리 역전 때문에 결국 금리 인상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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