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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충복’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2002년 16대 대선에 출마하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 집으로 호출해 “진짜로 출마하면 의를 끊겠다”며 말렸다고 한다. 장씨는 말을 듣지 않고 출마를 강행했다. 출마선언장에는 전직 안기부 직원 3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장씨는 “남북통일을 완수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투표일 하루 전 접었다. 보스의 얼굴을 먹칠할 창피한 성적표가 두려워서였을까.

‘허본좌’로 유명세를 탄 허경영씨는 15·17대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면 계엄령을 선포, 정치인들을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장씨와 달리 두 번 다 완주했다. 그의 주장에 공감한 유권자는 적어도 3만9000명이 넘었다. 첫째 도전에서 0.15%(3만9055표)를, 두번째 도전에선 3배 가까운 0.4%( 9만6756표) 지지를 얻었다. 지지자들에겐 아쉽겠지만 19대 대선에선 보지 못한다. 2009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10년간 박탈당했다.

장세동과 허경영은 대선 시즌이 되면 메뚜기가 제 철 만난 것처럼 나타난다. 공짜도 아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관위에 3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10∼15% 이상을 득표해야 돌려받는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만 노리는 것 아니냐”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생긴 거야”라는 주변의 말초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도 도전자는 끊기지 않는다. 이번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그 반열에 스스로 올랐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정원장답게 “종북좌파를 척결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지지도가 10%는 넘나들어야 잠룡(潛龍) 소릴 들을 것이고 최소한 2∼3%는 나와야 잡룡(雜龍)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다. 대부분의 군소후보는 지룡(地龍)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험칙상 지룡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잡룡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남재준 같은 지룡급이 나서는 이유는 뭘까. 나라가 잘못 굴러가는 데 대한 분노? 아니면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대하는 주변에 대한 복수심? 그것도 아니면 그저 인생의 버킷리스트?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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