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일부 공직자들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정치권의 책임도 작지 않다. 민주당 인사들이 마치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창일 의원은 지난 15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을 향해 “새 정부 들어 당연히 정책 전환이 있을 텐데 이를 준비해야 하니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빨리 TF를 만들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외교·안보 고위직 출신들이 중심인 ‘한반도평화포럼’이 현 정부 외교·안보 공무원들에게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소리쳤다. “벌써 점령군 행세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권 교체기 공무원들의 줄 대기 현상은 우리 사회 고질병이다. 능력보다 정치적 배경과 출신 지역에 따라 출세 여부가 갈리다 보니 유력 대선 캠프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선주자들은 그런 공직자들을 활용해 정책 아이디어와 부처 정보를 수집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로 국정이 표류하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닌가. 어느 때보다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일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공직자는 누구나 첫발을 내디딜 때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정권에 대해 봉사하는 공직자가 아니다. 국민만 보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야 한다. 정권에 줄을 댈 생각이나 하는 공직자는 당장 옷을 벗고 떠나야 옳다. 공직자는 정치권에 줄을 서지도, 세우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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