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대선 열기와 함께 국민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 공약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 중인 문재인 민주당 경선후보는 22조6000억원 규모의 개인 부실 채권을 정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개인채무자 203만명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빚더미에 처한 서민가계의 사정을 헤아리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 후보의 탕감책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뿐이다. 그동안 자신의 월급을 쪼개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를 바보로 만드는 사탕발림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안희정 민주당 경선후보는 전 국민 안식년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는 “10년 단위를 기초로 전 국민이 안식년을 가져 삶을 재충전하자”고 했다. 추가적 재원 없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기업의 현실을 알고 하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내수 부진과 수출 악화로 이중의 고통을 안고 있는 처지에서 부담을 자꾸 늘리게 되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경선후보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60여만명의 정규직 전환’ 공약도 마찬가지다. 그는 철도, 에너지, 의료 등 공공부문 민영화를 중단하고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목소리가 큰 특정집단의 요구를 수용해 표를 얻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지역 표심을 노린 행정수도 공약도 다시 춤을 추고 있다. 안철수 경선후보는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고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하겠다고 장담했다. 안희정 후보와 남경필 한국당 경선후보 역시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충청 표심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도외시한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경선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린 무책임한 공약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도 경쟁하듯 쏟아낸 누리과정지원 등 복지공약으로 사회갈등이 깊어지고 국가채무가 크게 늘었다. 나라를 파산으로 몰고 가는 선심성 공약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들도 눈을 부릅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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