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판문점을 방문,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한 북한군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10분쯤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내린 뒤 DMZ로 날아갔다. 오산공군기지에서 영접나온 우리 정부 측인 이충면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과 미국 측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악수를 마친 뒤 곧바로 오산기지에 대기 중이던 블랙호크 헬기(UH-60)편에 탑승했다.
틸러슨 장관은 DMZ 방문 시 별도의 대북 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군 관계자는 “틸러슨 장관이 판문점에서 북한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말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의 판문점행 자체가 북한을 향한 무언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의 방한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탐색하는 중요 계기가 됐다. 틸러슨 장관은 DMZ 방문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한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핵·미사일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반도 현안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타격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같은 초강경 카드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에 동북아시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틸러슨 장관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번 동북아 순방은 중국을 정면 겨냥하는 의미도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축인 일본과 한국을 먼저 방문하며 세를 과시한 뒤 마지막 순서로 중국을 방문한다.
환하게 웃는 한·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7일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초대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윤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회담 후 따로 만찬을 했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오전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어서 한·미 장관 간 오찬과 만찬은 없다. 이에 비해 틸러슨 장관은 방일 시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외교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1시간 동안 업무 협의를 겸한 만찬을 했다.
우리 정부는 윤 장관과 틸러슨 장관의 만찬, 다른 외교안보부처 장관과 틸러슨 장관의 면담을 타진했으나 미국 측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한·일을 차별했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한국의 정치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 면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9층 대회의실에서 면담하기에 앞서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앞서 이번 회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인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미국 역대 국무장관 중에서는 최약체라는 평가가 나오고, 우리 정부 역시 대선을 앞둔 권력공백기라는 측면에서 공세적으로 회담에 임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