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그간 정부의 출산정책이 실패했음을 반증한다. 정부는 2005년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였다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강등되었는가 하면 1년에 회의 한번조차 열기 힘들 지경이었다.
출산에 무관심한 기업들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직장 여성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떠난 뒤 직장에 복귀한 여성의 비율은 56.6%에 불과했다. 휴직할 경우 승진과 임금, 보직 등에서 차별받는다고 한다. 육아를 위해 휴직하면 직장을 떠나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서 여성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할 수는 없다. 이러니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가. 어제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 10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는 응답자가 36.2%, ‘없는 게 낫다’는 응답자가 6.1%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77.4%가 자녀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뜬구름 잡기식 공약만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는 출산휴가 뒤 자동육아휴직제를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가족 돌봄 휴직을 180일로 연장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여성의 출산휴가를 120일로,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30일로 늘리는 ‘슈퍼우먼 방지법’을 제안했다. 이런 일과성 공약으로는 세계 최악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작금의 인구절벽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면 나라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재앙을 맞게 된다. 대선주자들부터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