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표는 21일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바른정당 유승민 경선 후보와 회동한 데 이어 22일에는 민주당 문재인 경선 후보 측과 만날 예정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경선 후보 측과도 일정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오전 9시15분∼10시15분 1시간 정도 진행된 안 후보와 윤 대표의 면담에는 안 후보 측에서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미국 측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배석했다. 안 후보 측 대변인 박수현 의원은 이날 회동에 대해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 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이날 오후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 면담차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안 후보와) 경제 문제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사드·북핵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물음에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민감한 문제를 공개하기 꺼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경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조셉 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와 만나 북핵문제와 한·미 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면담에는 안 후보의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고 있는 김흥규 아주대 교수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배석했다. 왼쪽부터 김 교수, 안 후보, 통역, 윤 수석대표, 내퍼 대사 대리. 안희정 캠프 제공 |
방한 중인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표는 22일엔 문 후보가 아닌 문 후보의 외교안보분야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조병제 전 외교통상부 대변인을 만난다. 문 후보 측은 “외교는 내용만큼 형식도 중요한데 아직 예비 후보인 입장에서 문 후보가 직접 만나는 게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외교관이 주요 대선 후보와 회동하는 것이 공개되는 일은 흔치 않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외교부의 도움 없이 윤 대표 인맥으로 이번 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윤 대표는 주한 미국대사관 참사관, 공사 등을 역임해 국내에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비공개 회동 계획이 알려진 데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전상우 공보관은 윤 대표의 방한 기간 일정과 방문 목적에 대해 “언론공개 행사가 아니라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7일 윤 대표의 방한 계획을 공개하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의 한·중·일 순방에 이은 후속조치로 대북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표는 22일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대북정책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방한 중인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 퇴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중국 외교부 자문위원회 대표단은 이날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나 한·중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예진·김달중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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