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시베리아 지역 방문 도중 누군가 끼얹은 녹색 액체에 얼굴을 뒤집어쓰는 봉변을 당하고도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과 비슷하게 됐다며 사진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는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20일 나발니가 시베리아 지역 방문 도중 누군가 뿌린 녹색 액체에 얼굴을 뒤집어쓰는 봉변을 당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방문 중 한 남성이 끼얹은 녹색 액체에 얼굴을 뒤집어쓴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 찍고 있다. 처음에 독극물로 생각했던 그는 다행히 유독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도했다. 나발니에게 액체를 끼얹은 남성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 캡처. |
나발니에게 녹색 액체를 뿌린 남성은 곧바로 현장에서 도망쳤다.
시민으로 보이는 한 여성과 악수를 나눈 뒤, 걷던 그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인력이 주변에 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남성을 막지 못했다.
처음에 나발니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녹색 액체가 독극물이 아닐까 걱정했으나,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안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녹색으로 변한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둔 채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등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겼다.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2011년 12월 총선 후, 선거 부정과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이끌면서 푸틴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선거 사무실을 차린 나발니는 올여름까지 노보시비르스크와 예카테린부르크 등을 포함한 70여개 도시에 사무실을 확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발니의 대선 출마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나설 당시 횡령혐의로 기소된 그는 올 2월 해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받은 사람의 대선 출마를 러시아 선거법은 금지하고 있다.
이에 나발니는 “형식적 절차일 뿐이므로 상관없다”며 오히려 푸틴의 당선을 위해 여러 곳에서 자신을 막으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인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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