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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으로 분열된 보수 진영, 대선서 참패해 몰락할 위기 / 범보수 후보 단일화 절실… 4월초 혁신과 통합 주목 60세 미국 의사 엘리엇은 오지에서 구호활동을 하다 신비한 알약 10개를 얻는다. 먹으면 과거로 잠시 돌아갈 수 있다. 엘리엇은 30년 전 사고로 잃은 연인 일리나를 살리려고 약을 쓴다. 30세 젊은 자신을 만나 자초지종을 알린다. 그러면서 일리나와의 결별을 약속받고 사고를 막는다. 과거가 달라지면 미래도 바뀌는 법. 갑자기 실연당한 일리나는 금문교에서 투신한다. 그녀가 또 죽는 걸 알게 된 늙은 엘리엇. 이번엔 직접 일리나를 수술해 살린다. 기욤 뮈소 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줄거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21시간 조사받았다. 포토라인에서 “국민께 송구하다”는 전직 대통령. 이런 불명예가 없다. 앞으로 더한 수모가 있을지 모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의 간절한 심정일 법하다. 그를 지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은 보수에겐 치명적이다. 억울한 피해자 행세는 보수 분열을 불러 재건을 망치고 있다.

허범구 논설위원
국정농단을 방조한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실패이자 수치다. 주류 친박계는 반성, 책임 대신 태극기 집회와 아스팔트 우파를 선동했다.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대선에 출마한 태극기 친박. ‘폐족’을 거부하고 재기를 노리는 골수 친박. 최경환, 윤상현 의원은 어제 귀가하는 박 전 대통령을 삼성동 자택에서 마중했다.

그나마 차선의 선택지는 비박계의 바른정당이다. “반공 강경보수에서 계몽적 온건보수로의 전환은 보수가 소멸하지 않기 위해 과감하게 자기 변화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담집 ‘양손잡이 민주주의’에서 비박계 보수의 탄핵 합류를 평가했다. 유승민, 남경필 경선후보는 경륜과 개혁성, 소신과 패기를 갖췄다. 세대교체의 적임자다. 각각 고유 브랜드인 ‘정의’와 ‘연정’은 중도를 흡수할 확장성의 무기다. 둘이 좀체 못 뜨는 건 보수의 불행이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유 후보를 배신자로 낙인찍은 건 독하고 질긴 ‘증오의 마법’이다. TK(대구·경북)와 노년층에선 반유 정서가 여전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배신을 뛰어넘는 탄핵의 명분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며 “대선 전 반전은 힘들다”고 했다. 유 후보가 “과거(박 전 대통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건 생존을 위한 아우성이다.

바른정당은 28일, 한국당은 31일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당 운영은 후보 리더십으로 재편된다. 또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기 위한 양당 후보 단일화 압력이 거세진다. 내달 초면 보수의 운명이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관건은 보수의 혁신과 통합이다. 현재로선 홍준표 후보의 한국당 경선 승리가 “유력하다”(나경원 의원)고 한다. 비박계 홍 후보가 선출되면 ‘친박당 이미지’를 지우는 게 급선무다. 골박 청산과 정치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바른정당과 재결합할 명분이 생긴다. 한 관계자는 “보수 결집으로 김진태 후보 지지율이 오른다는 데 걱정”이라며 “그가 당선되면 혁신은 없다”고 했다.

통합은 변수 많은 난제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국민의당 연대론이 팽팽하다. 통합 효과도 의문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양당 지지층은 확연히 달라 합쳐지기 어렵다”며 “1+1이 1.2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구원도 걸림돌이다. 2011년 12월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체제는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 등의 일괄 사퇴로 무너졌다. 정치 스타일은 정반대이나 공히 자존심이 센 홍준표와 유승민. 이회창 총재 시절부터 서로 미워하더니 이명박, 박근혜를 각각 도우면서는 원수가 됐다. 홍 후보는 14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을 먼저 만나 단일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사분오열된 보수. 혁신과 통합의 노력 없이는 앞날이 뻔하다. 5·9 대선에서 무기력하게 패할 것이다. 견제세력도 못 되고 몰락할 수 있다. 다음 대선 희망도 없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의 대선 참패가 그랬다. 잘 싸우기는커녕 잘 지지도 못하면 진보든, 보수든 재앙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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