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배가 침몰하면서 304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이들 중 9명은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 대한민국’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후에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매뉴얼을 만들고 예산도 늘렸다. 국가 차원의 ‘안전혁신 마스터 플랜’이나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국가 안전 대진단을 시행하며 안전·재난 관리시스템 개선을 다짐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대형사고가 터지면 허둥대는 후진 관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지진 때에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고, 지진 관련 정보조차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사태 때에도 초기대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런 점에서 인양된 세월호는 앞으로 국민의 안전 불감증을 일깨우는 ‘성소’가 돼야 한다. ‘대충대충’, ‘설마’ 하는 식의 구멍 난 안전의식으로는 대형 재난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교육장으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 인양의 시작은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반목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에도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선체가 온전히 인양되면 침몰 원인 등의 의문이 물 위로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이제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접고 국민 통합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시점이다.
세월호 인양시기가 대선기간 한가운데 있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있어선 안 된다.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에는 여야나 좌우가 있을 수 없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낡은 안전의식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산 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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