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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천안함은 7년째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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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6 08:05:00 수정 : 2017-03-25 15: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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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밤.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북방한계선(NLL)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 천안함이 비상사태에 직면한 뒤 침몰했다. 긴급상황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해군 2함대사령부와 해경은 함정을 급파, 구조에 나섰지만 승조원 104명 중 58명만 구조되고 46명은 전사하고 말았다.

침몰 직후 해저에서 인양되는 천안함 함미.
인생의 밝은 앞날을 꿈꾸며 힘든 함정근무를 묵묵히 견뎌냈을 아들들의 청천벽력같은 사망 소식에 유가족들은 경기 평택 소재 2함대사령부로 몰려와 절규했다. 유족들의 울부짖음을 방송으로 지켜본 국민들도 눈시울을 적시며 고통을 함께 했다.

침몰 원인 조사에 착수한 정부는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결론짓고 같은해 5월 24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골자로 한 5.24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같은해 11월 23일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해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는 평화로워졌을까. 수십명의 희생자를 냈음에도 바다는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듯 일촉즉발의 남북 대치는 여전하다. 

24일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해상기동훈련을 실시중인 한국형 구축함 대조영함과 해군 함정들. 해군 제공
◆ 치열한 전력 증강 경쟁…“물러서지 않겠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 우리 군은 대대적인 전력 증강에 착수했다.

북한의 기습을 허용한 원인으로 지목된 잠수함 탐지 능력을 보강하고자 기존에 추진중이던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을 가속화했다. 미국제 MH-60R 시호크와 영국제 AW-159 와일드캣을 비교 평가한 결과 2013년 1월 15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와일드캣 헬기를 선정했다. 해군은 8대가 도입된 와일드캣 중 지난해 6월 인수한 4대를 2월 1일 작전배치했으며, 나머지 4대는 오는 7월 실전에 투입된다. 

와일드캣은 잠수함 공격에 쓰이는 국산 청상어 어뢰와 소형표적 공격용 12.7mm 기관총을 장착하고 있다. 스파이크 대함미사일을 장착해 북한 공기부양정을 비롯한 적 함정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기존 링스 헬기에 탑재된 디핑 소나(Dipping Sonar, 가변심도소나)보다 성능이 우수한 저주파 디핑소나와 소노부이(Sonobuoy)를 운용해 잠수함 탐지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빈약한 잠수함 탐지 및 공격력으로 논란이 됐던 구형 1500t급 호위함과 1000t급 초계함도 잠수함 탐지 능력과 전투능력이 크게 향상된 2500t급 호위함과 2800t급 호위함으로 대체되고 있다. 신형 유도무기로 무장한 400t급 유도탄고속함과 210t급 고속정도 전력화가 진행중이다.
 
북한이 새로 건조한 스텔스형 고속함에서 신형 대함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도 이탈리아제 76mm 함포를 이란이 복제한 함포를 고속정에 탑재하는가 하면 스텔스 모양을 갖춘 신형 고속정을 건조해 공개했다. 러시아의 kh-35 대함미사일과 매우 유사한 대함미사일을 개발했으며, 레이더반사면적(RCS)을 낮춘 형태의 초계함을 건조한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이 과거에는 전력증강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해군력을 키우는 것은 NLL에서의 무력충돌 발생 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조치로 풀이된다.

원산 일대 해안에서 실시된 북한 방사포 부대의 사격훈련에서 107mm 방사포가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은 연평도 서북쪽 4.5km 지점의 무인도인 갈도에 진지를 구축하고 122mm 방사포를 배치했다. 연평도 동북쪽 12km 지점의 무인도인 아리도에는 20m 높이의 철탑을 설치하고 레이더와 영상감시장비를 배치했다. 이같은 조치는 유사시 NLL에 접근하는 우리 함정의 동태를 감시하고 타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北 ‘창조도발’에 휘둘렸던 軍…앞으로도 그럴까

천안함 피격은 그동안 NLL과 휴전선 일대에서 벌어진 남북 무력충돌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무력충돌은 단선적인 2차원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남북한의 소형 함정들이 NLL 일대에서 대치하다가 북한 함정이 NLL을 침범하면 우리측 함정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하고, 그래도 북한 함정이 물러서지 않거나 사격을 감행하면 교전이 벌어졌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에 발생한 1,2차 연평해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당시에는 남북 모두 비슷한 전력을 전투를 치렀고 서해 5도의 포병전력과 황해도 해안 일대의 해안포, 방사포는 동원되지 않아 교전이 확대되지 않은 채 제한적인 수준에서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서북도서 방어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이 보트 위에서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하지만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잠수정을 동원하고 연평도 포격에 해안포를 사용하면서 NLL 일대의 교전 양상은 수중과 수면, 육지까지 포함된 3차원 영역으로 확장됐다. 전장영역이 확대되자 NLL에서의 힘의 균형은 급속히 무너졌다. 긴 해안선을 가진 북한은 미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배치한 수백문의 해안포에 방사포를 추가함으로서 서해 5도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작은 섬이라는 특성상 우리 군은 서해 5도에 많은 전력을 배치할 수 없다. 따라서 경기, 충남 등에서 해병대 병력과 공군 전투기 및 함정 지원이 필요하지만 북한 역시 공군 전투기를 동원해 반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 북한 주장대로 서해 5도가 ‘최대 열점 지역이자 화약고’가 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예측불가능한 북한의 ‘창조도발’을 군 당국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 이후 북한의 도발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4년 5월 22일 연평도 서남방 14km 해상에서 순찰중이던 우리측 함정 주변에 북한군이 쏜 포탄 2발이 떨어졌다. 2015년 5월13일 오후 9시 북한은 NLL 일대에서 1시간 넘게 야간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130여발의 포탄이 바다로 떨어졌지만 NLL을 넘은 것은 없었다. 유사시 서해 5도 일대 표적을 언제든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에 뒤이은 북한의 도발에 놀란 군이 서해 5도 방어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의 예측불허 도발은 휴전선으로 옮겨갔다.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몰래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6일 후인 8월 10일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만에 재개하며 대응에 나서자 북한은 8월 20일 경기 연천 DMZ에서 우리측을 향해 포격을 가해 한반도를 전면전 위기로 몰아갔다. 2010년 10월과 2014년 6월, 10월, 11월에는 DMZ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에 접근해 표지판을 점검하고 순찰활동을 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서자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했으나 북한군은 2014년 10월의 침범을 제외하면 대응사격을 자제했다. 2014년 3월과 4월에는 경기 파주와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북한이 보낸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일부 무인기에서는 청와대 상공을 촬영한 사진이 나왔다. 북한은 스커드, 노동, KN 시리즈 등 각종 탄도미사일을 불시에 발사하면서 우리측을 압박했다.

육군 항공강습훈련에 참가한 주한미군 치누크 수송헬기가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한 예비역 장교는 “북한은 창의적인 도발과 양동작전에 능하다”며 “우리 군이 생각하지 못한 수법으로 남한 사회를 뒤흔드는 재주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북한은 자신이 지목한 장소에서 우리 군의 허를 찌르는 도발을 감행해왔다. 그 결과 수백만원짜리 무인기 3대만으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대응 장비 구매에 쓰도록 했으며, 목함지뢰와 포탄 몇 개로 우리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지속적인 도발을 통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군을 지치게 만들었다. 엄청난 정치적 이익을 얻은 셈이다. 반면 정전협정에 발이 묶여 있는 우리 군은 수동적인 자세로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만 반복하면서 틀에 박힌 대응만 해왔다. “북한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한국형 3축 체제, 대량응징보복(KMPR) 등 다양한 개념을 내놓았지만 북한 도발 억제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7년이 지났다. 꽃다운 청춘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북한 도발 앞에 흔들리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조기 대선 직후에는 풀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과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미국의 입장이 부딪히면 한반도는 또다시 긴장의 한복판에 휩싸이게 된다. 미국에 대한 직접 도발이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대남 도발을 감행해 한미 동맹을 흔들고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의 차갑고도 뜨거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하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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