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무용계에서 흔치 않게 사회적 문제를 작품에 담아왔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한예종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예술가가 자신의 감정, 고뇌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세상이 잘 돌아가고 원만할 때,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하면 된다”며 “나를 비롯해 무용계 인사들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걸’ 하는 반성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1세대 스타 발레리노’로 꼽히는 그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 솔리스트(발레 공연을 단독으로 하는 사람)로 활동했고, 2009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며 안무를 하고 있다.
연습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정치인이 무엇을 하는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그에게 2014년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실천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해 말 ‘빛, 침묵, 그리고…’에 이어 지난해에는 왕따와 성매매 문제 등 우리가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내용을 다룬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나를 포함해 90%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은 중립이라고 하면서 아무 말 하지 않고 현실에 눈감아 왔다”며 “우리 스스로를 자극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우리나라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의 이 같은 관심이 정치참여로 이어져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정치참여라는 것은 의심하는 것과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지도자를 뽑는 선거 역시 집요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대통령상에 대해 그는 중국 고전을 인용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제일 현명한 지도자는 민심에 따라 다스리고, (중략) 최악의 지도자는 백성과 다툰다’는 구절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상은 겸손한 지도자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배신에 대한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 국민을 껴안고 믿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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