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국가 미래와 비전, 정책에 대한 논쟁보다 네거티브를 앞세운 감정싸움과 공방에 화력을 집중했다. 24일 광주에서 열린 TV토론에선 안희정·문재인 후보가 “나를 ‘애 버렸네’라며 공격했다”(안), “오물·잡탕으로 모는 게 포용인가”(문)라며 충돌했다. 일부후보의 경우 대본을 읽듯이 발언하다 보니 맥빠진 맹탕 토론, 학예회 토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공정성 시비까지 다시 불거졌다. 어제 대전MBC 토론은 당초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 그제 열린 충청권 토론이 대전·충남·세종을 빼고 충북에만 중계되면서 안 후보 측이 반발하자 당 선관위가 부랴부랴 토론을 추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나마 눈길이 가는 TV토론은 원내 4당에서 나왔다. 유승민·남경필 바른정당 후보는 사전 원고와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 자유토론을 벌였다. 통과의례에 머물던 토론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일대일 대결로 재미까지 선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두 후보는 미국 대선 토론처럼 꾸며진 스탠딩 무대에 올라 셔츠 차림으로 사교육 폐지, 증세 등 중요 현안을 놓고 치열한 정책 공방을 벌였다. 권역별 경선 토론 후 국민정책평가단 투표에서 유 후보가 전승을 기록했지만 남 후보에게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모두 승자인 셈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원내 1당이고 한국당은 집권여당을 지낸 원내 2당이다. 제1, 2당의 경선 풍경이 당세가 미약한 바른정당보다 못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집권 여부를 떠나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전파를 낭비하는 저급한 토론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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