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승부처 호남 석권한 安 “문재인 이기라는 명령 완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실상 확정 / 안철수, 이틀간 득표율 64.60% / 손학규 23.48%… 2배 넘게 차이 / 安캠프 “민심이 조직력 이겼다” / 연설회선 “안철수 대통령” 연호 / ‘文 vs 安’ 양자대결 가능성 높아져

“문재인을 이길 도전자가 누굽니까? 문재인을 이길 개혁가, 혁신가는 누굽니까?”

26일 전북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렇게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자 ‘안철수 대통령’을 외치는 연호가 쏟아졌다. 25, 26일 이틀간 치러진 호남 현장투표의 뚜껑을 연 결과 안 후보의 압승이었다. 첫 승부에서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안 후보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19대 대선 본선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구도에 성큼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이기라는 명령 완수할 것”

안 후보 측은 손학규, 박주선 후보에 비해 호남 조직 열세를 우려했지만, 첫날 전남·제주·광주에서만 60.69%를 기록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둘째날 전북에선 72.63%로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안 후보는 이날 전북 경선 결과 발표 뒤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캠프에선 경선 결과에 대해 “‘샤이 안철수’ 표심이 숨어있었다”며 “민심이 조직을 이겼다”고 자평하고 있다. 안 후보도 이날 전주 연설에서 고무된 표정으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민심이 총선 열풍처럼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보다 목소리도 더 높았고, 훨씬 안정된 모습이었다.

경선 흥행도 성공을 거뒀다. 투표소 30개가 설치된 전남·제주·광주에선 당의 예상치였던 3만명의 두배 이상인 6만2441명이 몰렸고, 투표소 21개가 마련된 전북에서도 예상했던 2만명을 훨씬 상회하는 3만382명이 투표했다. 투표인 수가 늘어나며 조직력보다는 여론의 흐름이 투표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민심이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하고 본선에서 ‘경쟁 가능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안 후보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지원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호남민의 의사가 표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현장투표는 사전선거인단 모집 없이 치러지는 사상 첫 완전국민경선인 탓에 중복·대리투표 우려가 끊이지 않았지만, 전날 서버 오류로 투표가 20여분 늦게 시작하고 이날 중복투표가 한 건 적발된 것 외에는 큰 잡음 없이 진행됐다. “사고날까봐 밤잠을 못 이룬다”던 박 대표는 이날 “도박이 대박이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경선후보가 26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연설회에서 주먹을 쥐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본선의 반문 연대 요구는 난제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지으며 이날부터 안 후보의 시선은 다시 대선 본선을 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대선까지) 40여일 함께 정말 많은 일들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 뒤엔 천안함 사건 7주기를 맞아 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안보를 중시하고 사회 통합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 현장투표라는 1차 고비를 넘었지만, 안 후보에겐 ‘반문(반문재인) 연대’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당내 일부 세력은 물론 바른정당,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도 연대를 요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치열한 수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패권주의에 반대해 온 호남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며 연대 불가론을 다시 강조했지만, 손 후보는 “개혁세력을 모아 집권을 위한 연대 연합을 꾸리겠다”고 연대 불가피론을 피력했다. 손 후보는 “저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며 역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당 텃밭인 호남에서 안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밀려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주=홍주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