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국민소득 증가에는 낙제 수준의 경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선진국들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8.2년이다. 일본·독일·호주는 5년, 미국은 9년이었다. 한마디로 우리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선진국 도약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최대 요인은 왕성한 기업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탓이다. 기업은 성장과 소득,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업 투자가 일어나도록 돕기보다 기업을 옥죄는 대못 박기에 급급했다. 국회 문턱을 제대로 넘은 경제 살리기 법안이 손꼽을 정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회에는 노동개혁법안, 서비스산업활성화법안 등 경제살리기 법안이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이런 식이니 왕성한 기업 활동이 일어날 리 있겠는가. 현대차가 21년 전 아산공장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국내에 공장을 지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말해 준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공장’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대기업 이사회를 노조천국으로 만드는 상법개정안,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법인세 인상을 외치는 목소리가 그런 종류다. 대선주자들도 기업 투자를 일으키려는 정책보다는 대중인기에 영합한 ‘재벌 잡기’에 가세하고 있다.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년 일한 국민에게 1년간 유급휴가를 주는 국민안식년제 시행을 공약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소기업 취업자들에게 대기업 80%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주겠다고 장담했다. 투자의 불씨마저 꺼뜨리는 무책임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수십만,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표심을 유혹한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대선주자들을 향해 “변하지 못하면 0%대 성장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호소했겠는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는 것은 불 보듯 자명하다. 대선후보들은 현실성 없는 사탕발림 공약을 중단하고 우리 경제의 위기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2만달러대에 주저앉은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뒤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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