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단일화 추진땐 협상서 불리 판단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후보선출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도 했다.
유 후보는 원칙과 명분 있는 단일화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단일화 조건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향해서는 “문제가 상당수 있는 분들”이라며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이 당연히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단일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부인 오선혜 여사, 딸 유담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해선 “홍 후보는 1심에서 1년6개월의 유죄를 받은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된 다음에 법원에 재판을 받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시급한 안보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당 아니냐”며 사드에 대한 입장 변화를 단일화 조건으로 내세웠다.
유 후보가 이같이 범보수진영 단일화에 대해 신중론을 편 것은 성급한 단일화 추진이 자칫 ‘중도 포기’로 내비쳐 단일화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놓고 불거진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당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본선 무대에 오른 유 후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진박들이 저에게 씌워놓은 올가미가 너무 질겨서 그동안 고전을 많이 했다”며 “당이 일심동체가 돼 우리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첫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율 제고가 절실하다. 유 후보는 한 유명 광고의 멘트를 빌려 “유승민이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다”고 농담을 한 뒤 “대구에는 괴롭게 입 다물고 사는 분들이 많아 대구에서의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대주주인 김무성 의원과의 관계 재정립도 숙제다. 김 의원은 그동안 유 후보보다는 다른 대선주자군에 더 관심을 보여왔다. 유 후보는 “김 의원도 계파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워한다”며 “저와 김 의원과의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의원단 만찬에서 김 의원을 업으며 화합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남경필 후보와 손을 들고 있다. 이재문기자 |
이날 선출대회에서 유 후보와 패자인 남경필 후보는 서로를 칭찬하며 포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남 후보는 “유 후보와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고, 유 후보는 “남경필 동지가 자랑스럽죠? 사랑하시죠?”라고 화답했다. 유 후보 선출이 발표되자 두 사람은 함께 무대로 올라가 손을 번쩍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도형·이재호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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