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0·26 뒤 최태민 전방군부대에 격리, 이후락에게 영남대 분쟁 중재부탁"

전두환 전 대통령이 10·26 사건이 일어난 직후 박정희 정권에서 각종 비행을 일삼았던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씨(1912~1994)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다고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또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 9억5000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돈 가운데 3억5000만원을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돌려줬다고 했다.

30일 발간을 앞둔 <전두환 회고록> 3권 '황야에 서다'를 보면 최태민 관련 내용이 나온다.

그동안 10·26 이후 전두환 신군부가 최태민 씨를 수사한 사실은 알려졌으나 전 전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밝히고 최태민씨가 전방 군부대에 격리조치됐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0·26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 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왔던 최태민씨를 상당 시간 전방의 군부대에 격리시켜놓았다"고 했다. 

최씨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그때까지 (박)근혜 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어낸 바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 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최태민씨가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를 시켰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처벌을 전제로 수사를 하지는 않았다"며 "최 씨 행적을 캐다 보면 박정희 대통령과 그 유족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나의 이러한 조치가 근혜 양의 뜻에는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그 뒤 최태민씨의 작용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10·26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뭉칫돈'의 액수와 성격도 밝혔다.

회고록을 보면 10·26 직후 합동수사본부는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발견, 9억5000만 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찾아냈다.

정부 공금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었다는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의 진술에 따라 이 돈은 전액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얼마 후 박근혜 씨가 10·26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게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3억5000만 원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 돈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TV토론에서 "9억 원을 받아 3억 원을 수사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6억 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영남대를 둘러싼 분쟁이 불거지자 "영남대 설립에 관여한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미국에서 직접 불러들여 중재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박정희 지우기'에 나서는 등 배신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비판적 계승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배신했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전두환 회고록』은 ▲10·26사태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1권 '혼돈의 시대' ▲대통령 재임 중 국정수행 내용을 서술한 2권 '청와대 시절' ▲성장 과정과 군인 시절·대통령 퇴임 후 일들을 담은 3권 '황야에 서다' 등 총 세 권으로 구성돼 있다.

박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