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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고용부 때문에 이런 기괴한 법안이 나오는 거잖아요. 1주가 7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그것을 법안으로 명문화시켜야 되는 이유는 아마 전 세계의 역사상 유례없이 고용부 때문이지요.”(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2015년 11월20일 열린 제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제2차 법안심사소위에선 이처럼 ‘1주일은 7일이다’라는 법안에 명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다소 황당하게 보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당시 국회 전문위원이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 1주의 정의를 7일로 명시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한 데 대해 의원들이 ‘문제 아닌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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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단체 대표들이 최근 국회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 진행한 기자회견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2004년 근로기준법 제50조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가 적용되면서 ‘주 40시간제’가 실시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노사합의를 전제로 일주일 동안 연장근로 가능한 12시간까지 더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 돼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노동부의 ‘1주는 5일’이라는 해석 탓에, 토요일·일요일 휴일근로가 따로 가능해지면서 16시간(1일 최대 근로시간 8시간×2일)이 더해져 1주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이 된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2004년 주 40시간제가 실시된 지 10년 넘게 지나, 제19대 국회가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면서 ‘1주일은 7일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국회는 노동부의 일반 상식에 어긋나는 해석 탓에 68시간으로 굳어졌던 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 과정에서 ‘1주는 7일’이라는 내용을 명문화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견이 나왔던 것이다.
최근 제20대 국회가 1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대 국회 당시 결국 시행 방법, 보완책 놓고 이견 좁히지 못해 임기만료 폐기됐던 근로단축 법안이 1년여 지나 다시 20대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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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그러나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 통과 직전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 내용대로 근로시간 단축 전제로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보다 거셌다. “9조원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근로자 소득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등 논리를 들어 근로시간 단축 자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결국 위원회 내부에서도 시행 방법, 보완책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3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각 당은 5월 대선 이후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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