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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삼성동 자택엔 적막감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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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31 18:51:58 수정 : 2017-03-31 1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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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현수막 등 자취 감춰… 변호인단·정치인 발길도 ‘뚝’ / 주민들 “이제야 숨통 트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돼 청와대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19일 만에 구속되면서 주인을 잃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집은 적막감이 가득했다. 이 집은 1990년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해 살다가 대선에서 승리해 2013년 2월 25일 청와대에 입성한 뒤 4년간 비어 있었다. 주인은 없었으나 대통령이 나온 집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온갖 소란을 떨던 지지자들이 사라지자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31일 그동안 지지자와 시위대가 북적였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이 한결 한적해진 모습이다.
이제원 기자
31일 오전 박 전 대통령 집 인근에는 그동안 북적이던 지지자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집 안팎은 적막하고 한산했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돌아온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요란한 응원을 펼쳤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법원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전날 지지자 300여명이 길을 막아서며 뒤엉켰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는 일부 지지자들이 삭발을 했던 곳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지지자들이 사라지면서 경찰이 질서유지 차원에서 설치한 철제 펜스가 철거됐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도 자취를 감췄다. 자택 담벼락에 붙어 있는 꽃과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사진, 응원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만 비를 맞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된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이 한적한 모습이다. 이제원 기자
삼성동 자택을 드나들던 발길도 뚝 끊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경호 인원,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 매일 자택을 찾던 정송주·매주 미용사 자매, 가사도우미 등 모두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현장에 최소한의 인원을 배치해 보행로를 관리했지만 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주민들은 후련하다는 반응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는 지지자들의 소란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다. 수십∼수백명의 지지자들이 골목길을 점령하면서 주민들은 통행조차 어려웠고 자택 인근의 삼릉초 학생들은 등·하교에 큰 불편을 겪었다. 주민 박모(38·여)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갈 때 행여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라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동네가 너무나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삼릉초에 다니는 이모(12)군은 “학교 근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끔 붙잡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있어서 무서웠는데 거짓말처럼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된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이 한적한 모습이다. 이제원 기자
안타까움을 표하는 주민들도 없지 않았다. 김모(63)씨는 “동네에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웃으로서 기뻐했다”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실망을 많이 했는데 막상 구속되니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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