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논평에서 “전직 대통령 영장실질심사에 임했던 재판부의 고뇌를 이해한다”며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넘기고 이제 우리는 공정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죄’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은 건 흔들리는 보수층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희정 후보 측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서는 “낡은 시대 정쟁의 반복을 끊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의 시대교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 구속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이재문 기자 |
하지만 문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미소만 띤 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안 후보도 “지금은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말해야 할 때다. 그것(사면)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 이승훈 부대변인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적가치가 실현됐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안 후보는 “대통령의 사면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사면)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는 사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재차 밝히며 “오늘 사면에 대해 말씀드린 것은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은 물론이고 기소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 여부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 문 후보에게 집중됐던 민심이 분산되고, 보수층에 실망한 중도층이 국민의당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유승민 후보는 “태극기와 촛불로 갈라진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바른정당이 ‘배신자’란 공격을 받는 상황을 감안한 듯하다.
박 전 대통령이 ‘1호당원’으로 있는 자유한국당은 정식 논평 대신 “참으로 안타깝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짧은 서면 브리핑만 내놨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보수층의 동정여론이 형성되길 바라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후보는 “안타깝지만 박근혜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의연하게 대처해 주시기 바라고, 국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부 참모들은 청와대에서 밤새워 대기하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접하고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침통한 분위기 속에 내부 일정만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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