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영남권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경선후보의 현장투표, ARS, 대의원 득표율이 차례로 발표될 때마다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은 파란색 물결로 요동쳤다. 호남, 충청에 이어 영남까지 연이은 승리에 문 후보 지지자들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영남권 3위로 밀린 안희정 후보는 지지자들을 다독였고, 2위로 올라서며 상승세를 확인한 이재명 후보는 지지자들과 환호를 나누며 수도권에서의 대역전극을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가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예상대로 ‘안방 압승’을 거둔 문 후보는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비중이 워낙 커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문 후보는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안 후보는 발표 후 곧장 지지자들에게 “너무 마음 다치지 마세요”라며 위로를 건넸다. 목이 쉰 탓에 평소보다 짧게 말을 마친 안 후보는 “수도권 대회를 대비해서 목소리를 아낄게요. 제가 힘 빠진 것 아니에요”라며 지지자들을 위무했다.
2위 소식을 접한 이 후보는 확성기를 들어 “우리가 이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호로 응답하는 지지자들에게 그는 “문 후보의 본거지에서 우리가 아주 많은 승리를 했다”며 “안희정 본거지(충청), 문재인 본거지(영남)를 지나 이재명의 본거지 수도권으로 갑니다!”라고 외쳤다. 이 후보가 자리를 뜬 후에도 장내에는 연호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 결과 발표에 앞서 문·안 후보 측은 부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임을 의식해 ‘노무현의 적자’ 대결을 펼쳤다. ‘노무현의 친구’ 문 후보 측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 유세에서 쉰 목소리로 열창했던 ‘부산갈매기’를 불렀다. ‘노무현의 왼팔’ 안 후보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어록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끝까지 대권(바다)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지지자들 사이에는 지난 충청 경선에 이은 ‘문·최성 vs 안·이’ 연합전선이 유지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캠프 구별 없이 ‘부산갈매기’를 합창하며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홈경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부산=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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