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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오른쪽)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의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동운동가 출신의 굳건한 의정 활동을 통해 강인한 인상이 대중에 깊이 각인된 심 후보. 그러면서도 ‘심블리(심상정+러블리)’란 애칭을 내세우며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한다. 실제 심 후보의 자서전 ‘당당한 아름다움’에 적힌 ‘의식화’ 이전 심 후보의 어린 시절은 지금 모습과 연관짓기 어렵다. 부친은 광탄면에서 심 후보가 4학년을 마칠 때쯤 서울 은평구로 이사해 시장에서 가게를 열었다. 이후 심 후보는 충암여중·명지여고를 거치며 야구 취재 학생 기자로 활동하거나 영어회화 모임을 만들며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4남매가 도합 13수에 이르는 대학 입시를 치렀는데 막내인 심 후보는 ‘자력 갱생’으로 재수 끝에 1978년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2학년 때 10·26, 3학년 때 5·18을 경험한 ‘긴급조치 세대’였지만 애초 학생운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맘먹은 상태였다. 연애·독서·여행이 대학 생활 3대 목표였을 정도다. 그런데 공교롭게 “남학생을 찍어 두고 뒤를 쫓다 보면 영락없이 운동권”이었다고 한다. 결국 운명적으로 운동권에 빠져들고 전태일 평전 등을 읽으며 공장 야학 교사 활동 등을 거쳐 노동 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스물두살 때 서울 명일동 한 직업훈련소에서 미싱사 자격증을 딴 심 후보는 이후 ‘김혜란’이란 가명으로 구로공단에 취업, 가시밭 투성이인 노동 운동 일선에 선다. 첫 직장 대성전자에서 식사·임금 개선을 요구하다 쫓겨난 후 남성전기를 거쳐 대우어패럴에서 노동운동 역사에 빛나는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동맹파업으로 역사에 기록된 파업이 강경진압된 후 심 후보는 9년간 수배자로 도망다녀야 했다. 당시 동지이자 가장 존경하는 선배였던 노동운동가 김문수는 심 후보 행적을 추궁하는 경찰 고문에 시달리다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남편과 연을 맺어주기도 했던 현재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 심 후보는 최근 “과거 학생운동의 황태자였던 김문수와 지금 박근혜 사수를 외치는 김문수를 연계해서 말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그는 내게 잊혀진 계절”이라고 말했다.
긴 수배생활은 1990년 만삭의 임산부 상태에서 경찰에 잡히며 끝난다. 뱃속의 아이와 함께 법정에 선 심 후보에게 재판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로동맹파업은 2001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됐다.
◆과천 관가를 긴장시킨 초선
출소 직후 열린 2004년 총선에서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첫 상임위는 엘리트 관료들과 실력으로 대결해야 하는 재정경제위원회. 경제 문외한이었던 심 후보는 각고의 노력과 학습 덕분에 맹점을 찌르는 송곳 질의로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정책 과오를 시인하게 하며 ‘의정 활동 뛰어난 의원’으로 명성을 쌓게 된다. 경제 관료들은 심 후보를 매우 어려워하면서도 “막무가내식이 아닌 합리적이며 대화가 가능한 실력 있는 의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심 후보의 눈부신 의정 성과와는 달리 진보정당의 입지는 이후 내부 분열과 반목속에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심 후보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2012년에는 다시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을 창당하고 원내대표를 거쳐 201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심 후보의 이번 대선 도전은 세 번째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권영길 전 의원에게 패했고, 2012년 대선에서도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지만 후보직을 사퇴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번엔 끝까지 완주한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어깨에 실린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진보정당의 대선 득표 성적은 15·16·17대에 연거푸 출마한 권영길 후보가 각각 1.2%, 3.9%, 3.0%를 얻는 데 머물렀다. 지난 18대 대선에선 이정희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진보정당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분전했다”는 의미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만 한다.
박성준·김선영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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