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분전(奮戰)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패배 후 캠프 인사들을 불러모아 지난 경선 과정에 대해 “감정적으로 복기하지는 말자”라고 권유한 사실이 알려졌다. 본선에 오른 문재인 후보도 사심없이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협력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의 민주주의 지론에 따라 치열한 경선이 남긴 상처의 파편을 주워담고 문 후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경선후보들과의 호프타임에 참석해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 연합 |
안 지사는 지난 4일 경선결과에 승복한다는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여의도 캠프에서 팀장급 20여명을 모아놓고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9일 전했다. 이 참석자에 따르면 안 지사는 “어떤 결과에 대해 남 탓을 하면, 자기 것으로 남는 게 없다. 결과에 대해 우선 자기 탓으로 돌려야만 스스로가 강해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게 된다”며 “털어버리자. 그래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는 취지로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어 “(패배 원인을)심각하게 자기 탓으로 돌리다 보면 마음의 병이 생긴다”며 “복기로 자신을 갉아먹지 말자. 냉정한 마음으로 내부를 단단히 다져나가자”고 덧붙였다.
이는 안 지사가 경선 패배 이후 캠프 인사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로 해석된다. 안 지사는 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으로 캠프간 공방이 이어지자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불편한 심경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대연정, 선의 발언 등에 대한 문 후보 측의 그간 공세에 대해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문 후보 측이)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감정적 복기 금지’ 권유를 통해 지난 경선의 잘잘못을 파고들기 보단, 결과에 승복하고 당원으로서 대선 승리를 돕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지하주차장에 도착, 마중 나온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 |
안 지사는 9일에도 페이스북에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 인사와 함께 결과 승복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승자의 오만, 패자의 저주’가 반복돼 온 우리 정치사에서 ‘오만과 독식, 불복과 저주’의 문화를 극복하는 일이 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승복과 단결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위해 저는 민주주의자로서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복기 금지’ 권유를 듣고 “사실 많이 놀랐다”며 “‘처음과 끝이 일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매 경선마다 (본선 진출자를) ‘무등 태워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경쟁하다보면 그러기 어려운 것이 선거의 현실”이라며 “안 지사는 자신이 강조한 민주주의 원칙대로 깔끔한 승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