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특징은 보수표의 유전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떠돌던 보수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로 모였다. 시소처럼 보수표가 흔들리는 것은 ‘박근혜 국정농단’ 반작용으로 정권교체 열망이 커진 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 후보가 부진한 탓이다. 홍·유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봐야 기껏 15%도 나오지 않는다. 두 후보의 자멸이 계속되면 마음 둘 곳이 없는 보수표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덜 싫은 다른 당 후보를 찍을지, 아니면 투표장에 가지 않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보수 후보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은 보수 지지층의 잘못이 아니다. 온전히 후보들의 책임이다. 당의 쇄신을 뒷전으로 한 채 막말 공방을 일삼은 후보들의 처신은 보수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 후보 측은 어제 “형사피고인 홍 후보는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학교(감옥)에 가라”고 성토했다. ‘도지사 꼼수 사퇴’ 논란과 관련해 “막말 홍 지사에게는 국어뿐만 아니라 산수공부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롱했다. 앞서 홍 후보는 유 후보를 겨냥해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이전투구 식 공방이다.
보수표가 돌아오지 않아 보수정당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취급받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홍 후보는 어제 원로 목사들과 만나 “대선이 한 달 남았는데 보수 우파들이 결집하고 분열된 분들이 통합을 하게 되면 선거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어불성설이다. 보수 정당이 단일화한다고 이런 ‘진흙탕 정당’에 유권자들의 표심이 몰리겠는가. 두 후보는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막말부터 청산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일신하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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