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그간 ‘대청소’ ‘부역자’ 등을 운운하며 적과 아군으로 편을 갈라 갈등과 대결을 부추긴 게 사실이다. 스스로 대세론을 거론하며 진보 성향의 기존 지지층만으로도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을 이끌 수 있다는 오만을 보였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문빠’(문재인 열성 지지자)들의 극성을 감싸고돈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 진영은 이번 대선을 ‘정권교체 세력 대 부패 기득권 세력’의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길 잃은 보수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 쏠리자 다시 그 깃발을 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촛불민심과 정권교체를 대표하는 후보이고, 안 후보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기득권 세력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다. 문 후보는 어제도 “오로지 문재인이 안 된다고 하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 기득권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소리쳤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청산해야 할 ‘적폐 세력’으로 몰아세운 셈이다.
이런 편 가르기는 유권자들의 저항감만 키울 뿐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한 것은 보수·중도층이 그런 문 후보의 성향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강조하는 적폐 청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가 있다. 이젠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한데 모아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과거 지향적인 적폐 청산보다 미래 지향적인 통합의 가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문 후보는 보수·중도층의 마음을 끌어안을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자기끼리만 친문 정서로 똘똘 뭉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갈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닫힌 문을 열어야 지지율 40%대 벽을 넘어 세를 확장할 길이 보인다.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조금은 시끄럽고 정신없더라도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사는 존중과 통합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존중과 통합’을 역설했다. 그가 어제 국민 통합을 다시 꺼낸 것은 찢어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화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통합은 말이 아닌 실천이 관건이다. 행동으로 옮겨야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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