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나, 그래도 있는 사람들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와 고급 수입차를 사고 휴양지로 해외여행을 다닌다. 중소기업 직장인 중에서도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 돈이 없다고 해도 쓸 사람들은 다 쓰며 사는 시대다."(30대 직장인 B씨)
"돈도 문제지만 그보다 시간이 없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연휴에 손님이 없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으면, 나중에 신뢰가 떨어져 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속칭 ‘파리를 날려도’ 가게 문을 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40대 자영업자 C씨)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100만명 이상이 대거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관련 업계가 환호성을 울리는 가운데 한숨만 쉬는 이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직장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연휴 여행은 '그림의 떡'이다. 이처럼 긴 연휴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거나 시간이 있어도 경제적인 문제로 여행을 떠날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은 적잖다.
13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의 예약 건수는 지난해 5월 연휴 당시의 최소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예상대로라면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나서는 이는 100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역대 연휴 출국자 수 중 최다 기록을 세우게 된다.
◆"평소 고생한 나를 생각하면 해외여행 아깝지 않아요"
보통 황금연휴에는 평소보다 여행상품 가격이 뛴다. 유럽이나 미국 등을 행선지로 한 장거리 여행은 그만큼 더 가격이 치솟지만 모처럼 찾아온 황금연휴를 맞아 비용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들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황금연휴 탓에 여행비용이 평소보다 2배 정도 들지만, 장기간 연차를 내기가 쉽지 않은 직장인들은 이를 감수한 채 해외로 떠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평소 일에 치여 고생한 자신을 위한 투자로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는 직장인은 상당수에 달한다.
◆학부모 10명 중 6명 "5월 황금연휴 달갑지 않아"
이에 반해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돌아오는 황금연휴가 달갑지만은 않다.
실제 학부모 10명 중 6명은 최장 9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나 단기방학을 반갑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교육 업체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이 유아나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 6383명(워킹맘 3765명, 전업주부 26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 간 학교 알림장 애플리케이션 '아이엠스쿨'과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 61%(워킹맘 66%, 전업주부 54%)는 황금연휴나 단기방학이 '반갑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직장 출근으로 아이 혼자 집에 있게 될 것 같아서'(46%)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측은 "황금연휴 때 다수의 워킹맘이나 남편들이 휴가를 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살배기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38)씨는 "아내의 회사가 다음달 2일과 4일에 쉬기로 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조기 대선 전날인 내달 8일에는 나와 아내 모두 출근을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어린이집이 휴무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중소기업 직장인, 취업준비생, 자영업자 '황금연휴'가 뭐에요?
유통 등 서비스 관련 업종 종사자들도 황금연휴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
물론 평일에 대체휴가를 즐길 수도 있으나 아이들과 함께 연휴를 보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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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이번 연휴는 그저 '사치'일 뿐이다. 연휴에 쉬는 도서관도 많아 공부할 곳을 찾는 게 마땅치 않아 오히려 불편하다고 털어놓는다.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31)씨는 "우리 같은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연휴 때 어디 놀러 갈 곳이 고민되기보다 도서관이 문을 닫을까 더 걱정"이라며 "특히 학원이나 자습실 인근 매점과 식당 다수가 문을 닫아 한끼 때우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직원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연휴에도 일손을 멈출 수 없는 업체들이 많은 탓이다.
중소기업 직장인 박모(36·여)씨는 "이번 연휴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연휴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설령 시간이 있어도 떠날 형편이 못 된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상당수도 황금연휴 여행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서울의 한 번화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43)씨는 "황금연휴라고 해도 식당 문을 닫을 수 없다"며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오기를 바라지만, 긴 연휴를 맞아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 장사가 안 될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그래픽=정예진 기자 yjin8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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