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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의 특징을 팩트 체크 에디터인 수난다 크리가 설명하고 있다. |
‘행그리(hangry)의 과학 : 왜 어떤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화가 날까.’
2015년 7월 호주의 한 인터넷 웹사이트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오르면서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틀 만에 160만명이 읽었고 미 CNN과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인용됐다. 화제의 글은 어맨다 살리스 시드니 대학 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팩트 체크 일환이었다. 글이 실린 웹사이트는 ‘THE CONVERSATION’이라는 온라인 언론 매체(theconversation.com)다. 비영리 기관으로 2011년 호주에서 출범해 미국(2014년) 프랑스(2015년) 등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특징은 기고자가 모두 대학 교수나 연구원 등 학자라는 점이다. 기자들이 있으나 직접 기사를 쓰지 않는다. 대신 학자가 보내온 전문적 내용의 글을 알기 쉽게 고쳐 게재하는 일을 한다.
호주 사이트는 두번 이상 글을 실은 학자가 1만8000명일 정도로 성업 중이다. 모든 대학 자료를 지원받는 게 장점이다. 이 매체의 팩트 체크 에디터인 수난다 크리는 “글쓴이가 모두 전문가로 인식돼 팩트 체크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했다. 기고자들은 미디어 출연이나 학회, 리서치 등 다양한 대외 활동에 섭외나 초청을 받는다. 학자는 인기를 누리고 매체는 신뢰감을 높이는 식으로 윈윈하는 셈이다. 수난다 크리는 “광고 없이 운영되는 뉴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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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팩트 체크의 에디터 러셀 스켈턴(오른쪽)이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의 지원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호주 ABC는 4개 TV 채널과 라디오 채널 등을 소유한 최대 공영 방송이다. 2013년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3년간 ‘Fact Check’ 부서를 운영했다. 정부 정책, 선거 공약 등 주로 정치를 대상으로 1000건의 팩트 체크를 시행, 100만건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예산 지원이 중단돼 팩트 체크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ABC 팩트 체크의 에디터 러셀 스켈턴은 “정부가 예산 증액을 미끼로 팩트 체크를 없애라고 하자 ABC가 수용했다”며 뒷얘기를 전했다. ABC 팩트 체크는 길버트에 이어 집권한 토니 에벗 정부의 공약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ABC 팩트 체크를 인용해 정부를 공격했다.
스켈턴은 끊어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해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구원자로 나섰다. RMIT는 산·학 연대를 중시하는 공립대학으로, 팩트 체크 인력과 시설 대부분을 지원키로 했다. 1년 예산은 50만 호주달러(4억2500여만원)가량. ABC는 플랫폼과 재원 약간만 댄다. RMIT는 팩트 체크 지원을 위한 강의 코스도 개설할 예정이다. 이런 강의료와 외부 기부금 등을 통해 3년 후 독립하겠다는 게 스켈턴의 포부다.
시드니·멜버른=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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