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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이회창은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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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1 21:52:42 수정 : 2017-04-11 21: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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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대명사? 단박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청와대 문고리를 두 번이나 잡고서도 들어가지 못한 ‘이회창’이다. 대법관,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제1야당 총재, 두 번의 대선후보…. 하나하나가 최고의 자리여서 이름 뒤에 붙이느니 그냥 ‘창’이라고 이름만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 이회창이 못 해본 게 대통령이다.

이회창의 잘못만도 아니다. 상대가 워낙 강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게임의 방식을 바꿀 줄 알았다. 판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었다. 대중이 상상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가 해낼 때 박수가 터져나온다. 빨갱이와 파랭이의 결합, 재벌과 반재벌투사의 조합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그걸 김대중과 노무현은 일궈냈다. 상상력과 용기, 배짱이 있어야 가능하다. 상대는 이미 세상의 너머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회창은 인물과 조직력 경쟁에만 머물러 있었다. 소총으로 미사일을 잡을 수 없다.

대세론에 취하면 대세를 그르친다. 2002년 바람은 더 셌다. 투표일을 한 달여나 앞두고 이회창 정부의 요직 명단이 떠다닐 정도였다. 상대 후보가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을 때 다 된 밥이라며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두고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니 어떻게 이기나. 대세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것은 이회창의 캐릭터 탓도 크다. 자존심이 상하면 참질 못했다. 아들 군복무 기피 논란에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밤잠을 못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2002년 대선 때 “방심하면 진다”는 보고서를 올린 참모는 한동안 눈밖에 났다. 정치판엔 대쪽보다 넓은 가슴이 더 유효하다.

정치는 매력적이다. 꿈꾸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가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하지 못한다. 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판을 이끄는 역량이 있어야 하고 세상을 통달한 듯한 넉넉한 성격도 필요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한 달도 안 남은 19대 대선에서 뚜렷한 양강구도를 만들었다. 한때 문 후보가 대세였지만 이제 두 후보가 서로 대세라고 주장한다. 누가 투표일날 웃을지는 귀신도 모른다. 다만 질 사람은 진다. 반면교사가 있지 않은가. 지지 않으려면 이회창의 실패학을 공부해야 한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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