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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전직 대통령들의 우정 행보가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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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2 00:05:35 수정 : 2017-04-12 0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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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텍사스 휴스턴 자택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양말 수집광인 부시 전 대통령에게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양말을 선물했다.

1992년 대선 때 맞붙었다가 패자가 된 부시는 백악관을 떠나면서 후임자 클린턴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빌에게. 이 글을 읽을 때 귀하는 우리의 대통령일 것입니다. 귀하의 성공은 이제 우리나라의 성공입니다. 열심히 응원하겠소.” 패자가 손을 내밀자 승자도 맞잡는 것을 잊지 않았다. 클린턴은 6년 뒤 요르단 국왕 장례식에 가면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부시를 초대했다. 22세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워싱턴의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 때 휴대전화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흑인 참석자들을 찍어주기도 했다. 부시가 등을 툭 치며 “사진 좀…”이라고 하자 현직 대통령이 흔쾌히 사진사 노릇을 한 것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부시를 옆에서 껴안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음은 물론이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포용 행보에 국민들은 통합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어떤가. 국립현충원에 묻힌 전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는 것조차 좌우를 따진다. 전임 대통령을 포용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교환하기는커녕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에 열중했다. 자원외교 수사와 4대강 사업 감사 등 전임자의 비리를 찾아내느라 권력을 동원했다. 이런 흔적 지우기는 매번 계속돼온 한국 정치의 폐습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쇠고랑을 차거나 정책이 뒤바뀌는 일은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풍경이다.

대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국민 통합을 소리 높이 외친다. 그러나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국민 통합을 강조하기 전에 대통령끼리라도 포용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전임자를 존중하고 감싸 안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우정을 언제까지 부러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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