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 13일 SBS 대선후보 TV 토론회를 보고는 관련 기사에 비난 어조의 댓글을 달았다가 금방 지웠다. 한 후보를 신나게 비꼬고 나서는 아래에 달린 대댓글(댓글에 대한 다른 네티즌의 반응)이 자기를 욕하는 어조여서 신경 쓰인 탓이다.
대학생 B씨는 음주운전 파문을 일으킨 연예인 기사에 비난 댓글을 달았다. 그의 손끝에서는 험한 단어가 마구 쏟아졌다. 하지만 1시간이 조금 지난 후, 댓글을 삭제했다. 혹시라도 소속사에서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을 고소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다. 기사를 봤을 때보다 분노가 다소 가라앉은 것도 이유였다.
또 다른 직장인 C씨는 스포츠 기사에서 특정 선수의 플레이를 지적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팬으로 추정되는 이의 인신공격 댓글을 받고는 자신이 달았던 글을 지워버렸다.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학생 D씨는 자신이 달았던 댓글 아래에 ‘ㄴ’ 표시와 함께 누군가의 욕설이 달린 걸 보고 당황했다. 알고 보니 E씨와 대댓글을 단 네티즌 사이에 또 다른 사람의 댓글이 원래 있었지만, 자기를 지적하는 반응에 해당 네티즌이 댓글을 지워 빚어진 오해였다.
이 중에 여러분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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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DB. |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충동적 표현이 가져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댓글을 달 때와 나중의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며 “누군가를 지적할 때는 분노가 가득 차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기분이 풀려 댓글을 지우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올렸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발목 잡히거나 비난 대상이 되는 연예인들을 우리는 많이 봤다.
그런 사례의 영향으로 충동적 댓글을 달면서도 혹시나 자신이 사람들의 비난 대상이 되고, 더 나아가 구직이나 이직 등 사회생활에서 생각지 못했던 문제를 일으킬까 우려해 댓글을 슬쩍 지우게 된다고 곽 교수는 밝혔다.
의식하지 않았던 것을 이제는 의식한다는 뜻이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악성 댓글이 끊이지 않자 네티즌들은 댓글 실명화를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만약 댓글 삭제 기능이 없어진다면 온라인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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