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0대에 당선돼 소수인종 출신 주지사로 주목을 받더니,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비판하며 샛별로 등장했다. 이듬해엔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게양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안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중도·진보층 유권자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았다. 언론으로부터 ‘공화당의 힐러리’로 불린 이유이다.

그런 헤일리가 선택한 이는 루비오 의원이었다. 2명의 자녀를 둔 엄마 입장에서 이민문호 개방 등을 주장했던 루비오 의원의 주장에 동의한 것이었다. 자신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승리하자 헤일리는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로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칼을 겨눴다. 루비오가 사퇴한 뒤엔 크루즈 의원을 지지하며 ‘반 트럼프’ 진영의 대안을 찾았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헤일리를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트럼프의 ‘정적’에서 ‘대변자’로 변신한 것이다. 언론은 외교 문외한이 다자외교의 수장이 됐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1월 유엔 대사로 부임한 이후 이스라엘 친화적인 발언을 내놓을 때만 해도 온전히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이어와 헤일리 대사의 유엔 내의 입지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변화는 헤일리 대사가 만들었다. 헤일리 대사는 세계 최강대국 대사이지만 먼저 손을 내밀며 현안을 조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각국 외교관들이 헤일리 대사의 정치적 수완과 협상 능력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태열 유엔주대 한국대사도 지난 3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헤일리 대사에 대한 평이 좋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주말 아침에 직접 휴대전화를 걸어와 대응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의 진면목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라인이 완비되지 못한 가운데 더 부각되고 있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마저 워싱턴에서 언론과 접촉을 피하는 와중에 헤일리 대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있다.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 외교’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헤일리 대사는 최근 시리아와 북한을 향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지난 4일(현지시간)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축출을 언급하면서 발언을 주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규탄 결의안 표결이 있던 12일엔 “시리아 내전을 끝낼 힘을 모을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몇 시간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헤일리 대사와 비슷한 톤의 발언을 내놓았다. 헤일리 대사로서는 외교현장의 실세로서 입지를 확연히 보여준 셈이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았던 북한에 대해서는 안보리 규탄 성명을 주도했다. 북한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의 유엔 분담금 삭감을 주장하는 대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행보가 느껴진다. 1972년생인 헤일리 대사는 1996년 결혼해 자녀 2명을 뒀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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