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3.6%(839만명)를 차지한다. 특히 청년층(29세 이하)의 비정규직은 6년 만에 10%가 늘어 64%에 이르렀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는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허용해야 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육아휴직 신청 전까지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놔 비정규직은 사실상 육아휴직을 쓸 수 없다. 결국 사내 하청·특수고용 근로자를 더하면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육아휴직 확대의 체감도가 확 높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대구대 양난주 교수(사회복지학)는 “육아휴직의 본 취지는 육아를 비롯한 생애주기의 각종 변수에 관계 없이 노동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노동 안정성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비정규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영세 사업장 근로자를 위한 두루누리사회보험의 대상을 현행(10인 미만 사업장)보다 확대하는 것과 기간제 비정규직 여성의 계약기간에서 출산휴가 제외, 비정규직 여성이 출산휴가·육아휴직 급여 신청할 때 제3기관 확인서 발급 등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일·생활 균형을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을 충원하고 육아휴직 종료 뒤 90일간 해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연관된 내용은 찾기 힘들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사실상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부모보험’ 도입을 제시했다. 사용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에 국고지원을 추가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세부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동육아휴직’의 법제화를 제시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규직 고용 80% 달성’을 내놓고 있지만 두 분야 사이의 연관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의 육아휴직 적용을 높이기 위해 대체 인력 파견을 위한 ‘돌봄지원인력센터’ 도입이 눈에 띈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육아휴직은 복지나 육아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 성평등 구현 등 다양한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문제”라며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각의 현안 분석은 물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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