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전국의 63개 대안학교 학생 80여명이 차기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모여 이 같이 외쳤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내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종이에 적고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몇몇은 자유발언대 단상에 나와 주장을 당당히 펼치는 등 예비 유권자다운 티를 제법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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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국의 대안학교 학생들이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모여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
◆다시는 세월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자유발언대에 나온 경기 남양주 소재 산돌학교 3학년 박진우군은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당시 가졌던 초심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2년 전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당시 경찰이 차벽을 둘러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어요. 저녁쯤 한 국회위원이 오니 차벽이 열렸는데, 참 황당하고 허탈하더라고요. 집에 왔는데, 뉴스의 헤드라인이 죄다 폭력시위였어요. 세월호 때 초심은 어디 가고...”
박군은 청소년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박군은 “세월호 사건 후 3년이 흘렀지만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다”며 “차기 대통령은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된 사람들을 처벌하고 세월호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 청소년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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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모인 전국 대안학교의 학생들이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
광주 지혜학교 3학년 나현성군은 차기 대통령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주문했다.
나군은 “개인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의문이 너무 많다”며 “왜 다른 배들은 출항하지 않았는데 세월호만 출항했는지, 인양하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는지 정부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떨리는 목소리에도 당당하게 끝맺음을 했다.
경기 과천의 무지개학교에 다니는 이모(18)군도 “세월호 때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많이 놀랐다”며 "이런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원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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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충남 금산 소재 간디고 3학년 조혁민군이 차기 대통령에게 전하는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를 비행기로 접어 날리고 있다. |
◆ 청소년은 웃고 싶다
광주 지혜학교 3학년 서고운양은 웃고 싶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경쟁에 갇힌 비인간적인 학교에서 행복을 찾아 대안학교에 진학했다는 서양은 “우리는 행복한가”라며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양은 대안학교 3학년이 돼 다시 진학과 검정고시를 위해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행복하고 싶어서 꿈꾸고 싶어서 대안학교에 왔지만 여전히 기준에 맞추려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웃으며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차기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같은 학교 4학년 안정은양은 차기 대통령에게 전하는 요구사항에 ‘청소년에 대한 사랑’을 적었다.
안양은 “지금 청소년들은 억압 속에서 살아간다”면서 “엘리트만을 원하는 획일화된 사회가 아니라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 후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기자가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고 전하면서 그제야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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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광주 지혜학교 4학년 안정은양이 `차기 대통령에게 청소년에 대한 사랑을 요구한다`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청소년은 꿈꾸고 싶다
이날 탑골공원에 모인 대안학교 학생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전하는 요구사항을 적은 종이를 비행기로 고이 접었다. 이어 종이 비행기를 하늘로 던지며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꿈꿀 수 있게 해달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이어 ”대안교육을 인정하고 우리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차기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주문했다.
이들 종이 비행기는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안교육연대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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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모인 전국 대학학교의 학생들이 차기 대통령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광주 지혜학교 5학년 손영승군은 대안학교를 택하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손군은 이전 학교 교사에게 사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더니 “사학과 나와서 밥 벌어먹고 살겠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하고는, 정돈된 외모와 생각, 선입견에 지쳐 대안학교행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충남 금산 소재 간디고 3학년의 조혁민군은 “청소년이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자신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이상화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은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보완재가 아니라 삶과 사회를 바꾸는 학교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난달부터 대안학교별로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용지를 만들어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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