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국가 개조를 다짐했다.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외쳤지만 그 자리를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대신 차지했을 뿐이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도 제한했다. 그러나 적폐 청산이라는 본질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 중요한 ‘안전 대한민국’ 건설에도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사고 후 정부는 늑장 구조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대형 참사에 대비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매뉴얼을 만드느라 법석을 떨었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경주 지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전통시장 화재 등 크고 작은 재난에서 보듯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허둥대기 일쑤였다. ‘설마병’, ‘대충병’ 같은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생산적인 대책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끝없는 논란은 지금도 계속된다. 잠수함 충돌설 등 근거 없는 의혹으로 사회 갈등을 부채질하거나 유가족들의 상처를 헤집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엔 늑장 인양 시점을 두고서도 논란이 있었다. 이제 세월호를 둘러싼 반목과 갈등은 끝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일은 국민안전의 날이기도 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행사에서 “안전에 관한 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자세로 끊임없이 확인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 전반의 최우선 가치가 안전이 돼야 한다는 당부다. 제2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재앙을 맞지 않으려면 국민의 안전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특히 대선후보들은 어떻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세월호가 남긴 숙제를 푸는 일에 다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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