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는 통하는 것인가. 두 사람은 같지만 다르다. 김기춘은 숨어서 그 말을 했다. 재미는 봤다. 영남이 똘똘 뭉쳐 김영삼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홍 후보는 대놓고 ‘빠져 죽자’고 했다. 그도 김영삼처럼 영남을 뭉치게 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정치 고수다. 그는 전주에서 “문재인은 우리 호남을 무시하고 전북 인사들을 차별했다”고 했다. “문재인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는 말도 했다. 얼마 전 문재인 후보 측에서 ‘부산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 그때 “지역감정 조장 말라”고 맹비난한 사람이 박 대표다. 지역감정의 폭발성과 후유증을 모를 리 없다. 달달하지만 몸을 망치는 설탕과 같다. 정치 9단은 정치 9급과 달라야 한다. 한물간 유행가나 부르고 있어서야 하수 소리 듣기 십상이다.
지역감정의 뿌리는 질기다. 우리가 남이가! 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언동이 피어나고 있다. 김대중 후보가 대구에서, 노태우 후보가 광주에서 돌멩이를 맞은 30년 전 암울한 시대로 돌아가자는 건가.
이번 대선은 호남 후보가 없고 여당후보가 없다. 거기에 유력한 보수후보마저 없다. 대구·경북에서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3무선거 덕분이다. 영남에서 지역색이 옅어지는 것은 좋은 신호다. 기다리던 동남풍이다. 지역구도를 잠재울 동남풍이 어디서 만들어지든 무슨 대수인가.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빌려 대승했다. 홍 후보와 박 대표도 동남풍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 동남풍이다. 홍 후보의 ‘빠져 죽자’ 타령과 박 대표의 ‘호남홀대론’은 초록이 동색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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