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나라 정세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 있다. 탄핵국면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정당과 후보들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장밋빛 정책뿐만 아니라 네거티브 공세에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고지를 위해 남은 20여일 동안 상대를 짓밟고 올라서기 위해 사활을 걸고 투쟁할 것이다.
우리가 처한 동북아 정세는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 가운데 빠져 있다. ‘한반도 위기설’을 비롯하여 ‘미국 선제타격설’, ‘김정은 제거설’, 심지어는 날짜까지 못 박는 ‘4월 27일 전쟁설’ 등 한반도는 전쟁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 |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
동북아의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아베 총리의 ‘한반도 난민설’ 혹은 ‘선별적 난민 심사’와 같은 발언은 시의적절치 않다. ‘난민’이란 전쟁을 전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이다. ‘가상난민’을 전제로 한 이와 같은 발언은 불행한 전쟁의 발발로 말미암은 대량 난민을 의미한다. 이웃국가가 처한 상황을 놓고 감정을 자극시키고 위기설을 부채질하는 저의가 새삼 의심스러워진다.
북핵에 대한 한·일 간 공조 대응책은 필요하다. 한·미 공조 못지않게 절실하며 불가피하다. 역사적 한일관계나 영토분쟁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명박정부 이후 박근혜정부에서도 대북정책은 물론 한·일 간 적대관계가 지속되어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 간 위정자들의 지혜와 책무가 막대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익을 위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정책과 의지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제는 글로벌시대다. 국내 거주하는 많은 일본인이 한국인과 국제가정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 생활기반을 닦고 자녀를 양육하며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고 있다. 국가 간 이기주의를 탈피하고 진정한 동맹국이 무엇인지, 이웃사촌이 무엇인지 고심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01년 취객을 구하려 철로에 뛰어 들었던, 그리하여 일본 열도에 큰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었던 고 이수현 의사의 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겨보기를 간구한다. 결코 작은 개인의 희생으로 덮기에는 우리의 가슴이 아직 너무 뜨겁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