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신문·YTN이 지난 17일 엠브레인에 의뢰해 10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현재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70.5%였고,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28.1%로 나타났다. 또 지지를 망설이는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3%가 “TV토론 등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더라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부동층의 비율은 15∼30%에 달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대선은 유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역대 대선들과 차이가 있다”면서 “유력한 보수 후보가 없는 데다 지역 대결도 약해져 후보들의 자질 등을 검증할 수 있는 TV 토론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선에서도 유권자의 상당수는 TV토론에 의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의뢰로 한국정당학회가 실시한 ‘18대 대선후보 TV 토론회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6.7%가 TV토론을 1회 이상 시청했다고 답했다. 당시 대선이 박근혜·문재인 후보 간 양강구도에 집중되며 보수·진보 진영의 세 대결 양상으로 펼쳐졌음에도 박 후보 지지자 중 5.6%, 문 후보 지지자 중 9.6%가 TV토론을 본 뒤 지지 후보를 바꿨다.
이번 대선은 전통적인 이념·지역주의가 크게 약화한 만큼 TV토론이 유권자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중도성향으로 분류되고 있어 보수층과 TK(대구·경북) 유권자들이 TV토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대선에는 1997년 15대 대선 때 TV토론이 처음 도입됐다. 당시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의 3파전에서 달변가로 꼽힌 김 후보가 건강이상설을 잠재우고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며 TV토론의 덕을 봤다. 2002년 16대 대선은 사실상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양강구도였지만, 인지도가 낮았던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전국구 스타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권 후보의 인사말이 화제가 됐고, 대선 패배 이후 17대 총선에서도 인기가 이어지며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으며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8대 대선 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TV토론의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이 많았다. 당시 이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자극해 당시 문재인 후보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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