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없이 볼펜만 들고 ‘맨손토론’… 시종 긴장감

양강 후보 文·安에 질문 쏟아져 / 洪 “사실 아니면 후보 사퇴하겠다” / 의상 차별화… 이미지 부각에 총력 / 安, 편의점 김밥 먹으면서 맹연습 / 劉·沈, 文·安에 날세우며 토론 주도

5·9대선 제2차 TV토론은 국내 선거 TV토론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은 공통 주제에 대한 짧은 답변 이외엔 각 후보에게 9분씩 2회, 총 90분간 총량제 토론으로 후보자 간 질의 순서와 답변 순서 등에 전혀 제한이 없어 그야말로 ‘난상토론’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은 원고나 자료 없이 볼펜 한 자루와 주최 측이 제공한 메모지 20장만 들고 토론장에 들어섰다. 역대 최고 난이도 속에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된 토론인 만큼 후보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화면에 그대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왼쪽)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번째 합동 TV토론 준비를 하다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오른쪽)를 바라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난상토론 속 1위 문재인에 집중공세

난상토론이 벌어진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사전에 북한에 물어봤다는 의혹 등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질문 대부분이 문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는 공세가 집중되자 난감한 듯 자신에게 온 질문을 다른 후보에게 되묻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도 당과 안 후보 사이에 사드 배치와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1차 토론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도 양강구도를 이어가는 문, 안 후보에 날을 세우며 토론을 주도해 나갔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후보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히 부각하는데도 전력을 기울였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공세에 1차 토론에서처럼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이는가 하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공세에는 “책임지셔야 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안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화제가 된 자신의 벽보 포즈처럼 두 손을 번쩍 들고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외치며 토론을 시작했다. 1, 2번 봉투 중 하나의 질문을 고르는 순서에선 “3번은 없느냐. 저는 3번을 고르고 싶다”고 자신의 기호를 강조했다.

홍 후보는 “640만 달러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을 얘기하니 (문 후보가) 책임지라고 했다. 내가 책임지겠다. 사실이 아니면 후보 사퇴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거침없는 화법을 이어갔다. 유 후보는 자신이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는 사드 배치· 증세를 앞세워 문, 안 후보를 공격했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대북송금 특검’을 두고 논쟁을 계속하자 “대북송금이 몇 년 지난 얘기인가. 선거 때마다 우려먹나.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면박을 주며 분위기를 장악했다.

의상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분명히 했다. 문 후보는 선거 벽보에서 착용한 ‘케네디 넥타이’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안, 홍, 유 후보는 각각 당 상징색인 녹색, 붉은색,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심 후보는 붉은색 자켓에 당 상징색인 노란색의 세월호 뱃지로 포인트를 줬다. 

5인 5색 대선후보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왼쪽부터·기호 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두번째 합동 TV토론을 하고 있다. 이번 토론은 대선 사상 처음으로 후보들이 서서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방식으로 이뤄졌다.
남정탁 기자

◆초반 판세 주요 변수, 토론 준비에 매진

조기 대선으로 유권자가 후보를 검증하고 선택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역대 대선에 비해 TV토론의 영향력이 커졌고 TV토론이 초판 판세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보들은 토론회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차 토론회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안 후보는 지난 18일 편의점 김밥을 먹으며 4시간 동안 이날 토론회를 대비해 맹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공격·방어 대상인 문 후보와 홍 후보 대역을 세운 리허설까지 진행했다. 1차 토론 호평으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문 후보 측은 정책·공약 외에도 상대 후보 약점을 충분히 파악하는 데 역점을 뒀다.

“문재인, 10분이면 제압할 수 있다”던 호언장담을 현실화하지 못한 홍 후보도 2차 토론을 위해 날을 세웠고, 1차 토론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유 후보는 ‘연타석 홈런’을 위한 최상의 컨디션 유지에 주력했다. 역시 1차 토론에서 호평을 받은 심 후보는 자신의 강점인 노동 이슈를 중심으로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영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