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송환판결 정유라 "아이 보게 해 준다면 한국 갈 수 있다"

덴마크 법원으로부터 '한국으로 송환'판결을 받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아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면 한국으로 갈 의사가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은 정 씨가 덴마크 검찰의 한국송환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송환 불복 소송' 재판에서 정씨의 청을 뿌리치고 송환 판결과 함께 도주 가능성을 우려해 구금연장을 결정, 정 씨를 구치소에 재구금하도록 했다.

정 씨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불복, 곧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에 따라 정 씨의 한국송환은 대선 이전 불가능하게 됐으며 성사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 씨는 "한국 정부 당국이 아이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보장해주면 한국에 갈 의사가 있다"면서 "덴마크에 정치적 망명을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조건부 자진 귀국할 뜻을 알렸다.

올보르 지방법원은 "정 씨는 덴마크 법이 정한 송환 요건이 충족된다"며 "돈세탁이나 금융 관련 부정행위는 범죄로 입증되면 덴마크에서도 최고 6년형까지 가능하고, (대리시험 관련) 문서 위조도 최고 2년형이어서 송환 요건인 1년형 이상 범죄라는 기준이 충족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법원이 정 씨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미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올보르 지방법원은 "만약 덴마크에서 재판이 진행된다고 한다면 일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할 여지는 있지만 여기서는 정 씨의 범죄 혐의를 재판하는 게 아니라 한국으로 송환 요건이 충족하느냐를 보는 것"이라며 한국송환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 씨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돼 있긴 하지만 정치적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올보르 지방법원은 "(정 씨 변호인이 정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인권유린과 고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의 인권유린이나 고문 등의 문제는 해당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아이 문제에 대해서는 올보르 사회복지 담당 부서가 정 씨가 매일 아이를 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정 씨는 한국송환 판결을 받은 뒤  전임 변호사가 '덴마크법원에서 한국송환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경우 덴마크 정부에 망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덴마크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씨의 새 변호인도 "정치적 망명 추진 문제에 대해선 정 씨와 논의한 게 없다"고 했다.

정 씨는 언론 인터뷰와 법정 진술에서 이화여대 학사 관련 비리 의혹과 삼성 지원 등에 모든 것을 최 씨가 했기에 자신은 모른다고 줄곧 주장했다.

대리시험 등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에 대해선 "나는 학교에 대해 한 개도 모른다.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 아이 때문에 입학식도 안 갔다"면서 "이대에서 어떤 과목을 들은 적도 없고, 시험을 단 한 차례 본 적도 없다. 이화여대 교수들과 어떤 연락망을 가진 적도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제삼자 뇌물죄가 적용된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 "2016년에 삼성이 승마를 서포트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나)그게 코어(K)스포츠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은 몰랐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알았다"고 했다.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어머니가)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난 알 수 없었고, 엄마는 얘기하지 않았다. 20살 된 어린 애에게 엄마가 이런 돈이 어디서 생겼다고 말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제가)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머니가 그분과 일을 했다. 부하 직원이었지 그렇게 이용하고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