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이슈는 안보와 함께 차기 정부의 최우선 현안이기도 하다. 당장 우리는 한·미 FTA 재협상이 도래할 경우를 가정해 숱한 도상연습을 해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행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미국이 불참하더라도 11개국만으로 TPP 체결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국익을 위해서는 주판알을 튀기며 기꺼이 납작 엎드리곤 하는 일본이 TPP 체결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일정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꾸렸던 ‘TPP 대책단’을 6월 중에 해체한다. 미국의 TPP 불참이 주요 배경이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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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그렇다고 허둥지둥해서는 안 된다. 차기 정부는 중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구입)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다분히 중국을 겨냥했지만, 정작 베이징 당국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중국이 여러 옵션을 마련해 둔 덕분이었다. 주정부들과 밀착도를 높여 놓은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이 중국과 교역에서 비롯되지만 중국을 제1 수출시장으로 둔 미국의 주들은 33개주에 달한다. 백악관의 중국을 향한 통상보복은 미국 내부를 향한 ‘총질’로 귀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간 미·일 정상회담과 달리 미·중 정상회담에서 백악관과 밀월관계를 연출하지 못했던 중국은 때론 우회전략을 택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일례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5년 9월 양국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수도인 워싱턴 방문에 앞서 태평양 동쪽의 워싱턴주를 방문하며 ‘중국 세일즈’에 나섰다.
이달 초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이 열리던 와중에도 중국은 캘리포니아·텍사스·아이오와·미시간·뉴욕주 등과 통상협력 강화를 도모했다. 미국의 이들 주정부는 중국산 원료와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호언에도 중국에 경제적 보복을 원하는 미국의 주정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이 단언하는 배경이다. 우리는 어떤가. 다음 정부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가열차게 펼쳐야 한다. 더 이상의 보여주기식 국정 행보는 삼가야 한다. 이런 것이야말로 특정 정치세력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적폐청산이 아닐까.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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