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에 빠져… 6개월 영아 숨지게 한 친모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통해 7년 만에 들통

무속신앙에 빠져 생후 6개월 된 젖먹이를 죽인 친모가 7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교육당국과 경찰의 초등학교 예비소집 불참아동 전수조사로 꼬리가 밟힌 것이다.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미취학 아동이 전국적으로 2명이고, 초·중학생 13명은 장기 무단결석 중인데 행방을 몰라 관계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과 금정경찰서는 25일 상해치사와 시신손괴·유기 혐의로 원모(38·여)씨를 구속하고, 원씨의 제부 김모(3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무속인 김모(2011년 사망·당시 51세·여)씨의 딸(30)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씨는 2010년 2월 아들을 낳아 기르던 중 무속인 김씨로부터 아기에게 액운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어 원씨는 같은 해 8월2일 부산 금정구에 있는 무속인 김씨 오피스텔에서 향불로 몸을 지지며 ‘액운을 쫓아내는 의식’을 치르던 중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김씨 딸도 함께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원씨에게 귀를 막고 벽을 보고 서 있으라고 지시한 뒤 아기에게 향불로 20여분간 가혹행위를 계속하자 아기가 까무러치기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새벽 아기가 숨지자 이들은 원씨 제부와 함께 아기 시신을 차에 싣고 경북 경산에 있는 한 야산에서 시신을 불에 태운 뒤 매장했다. 무속인 김씨는 2011년 지병으로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원씨는 친언니의 중학교 시절 담임교사였던 무속인 김씨를 1990년대 말부터 알게 돼 의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접신을 하는 바람에 교직을 그만둔 뒤 무속인의 길을 걸었다. 원씨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뒤 김씨의 조언을 듣고 일이 잘 풀리자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됐다. 이후 원씨는 ‘집안의 흉사를 미리 막는다’는 등의 각종 기도비 명목으로 김씨에게 1억원 정도를 바치기도 했다.

7년 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지난 1월6일 원씨의 아들이 취학연령이 됐으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산 소재 한 초등학교가 경찰에 원씨 아들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사 초기에 원씨는 “2010년 8월 병을 치료하려고 절에 들어가면서 무속인 김씨에게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맡겼는데 김씨가 숨지면서 연락이 끊겨 아기의 소재를 알 수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7년간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점에 의심을 품고 원씨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수사해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이 아직까지 소재를 파악 중인 미취학 아동은 전국에 2명이 더 있다. 이 중 충북 소재 1명은 부모가 사기 혐의로 수배돼 현재 도피 중이다. 대전 소재 1명은 아버지가 경찰 조사에서 “7년 전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넘겨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학교에 무단결석한 초·중학생 13명도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미취학 아동과 무단결석 학생들을 전수조사했다”며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아동과 학생은 경찰과 협력해 어디에 있는지 끝까지 알아내겠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