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이기적인 판단에 불과합니다. 운전기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교통 체증으로 버스 운행이 늦는 것 역시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런 경도된 판단으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대상이 바로 나의 육신입니다.
육신은 매번 가고 싶은 장소로 나를 데려 줍니다. 아무 불평 없이 공짜로. 내가 술을 먹어 간에 부담을 주거나 응석을 부릴 때도 묵묵히 받아줍니다. 내 심장과 체온을 고이 간직한 채 나의 삶을 이끌어가죠.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몸에 대해선 절대 감사를 표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붙어 있는 나의 소유물이니까 당연한 봉사로 여기는 거죠.
수덕사의 만공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몸을 깨끗이 씻고 새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러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껄껄 웃으며 말했어요.
"이제, 자네와 내가 이별할 때가 되었네. 그동안 수고했어!"
평생 수고해준 육신에 대한 위로였어요.
도(道)란 이런 게 아닐까요. 평생을 동행한 자기 몸을 토닥여줄 수 있는 것! 벽을 바라보고 거창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고 소소한 것을 발견하는 것!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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