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조사위원회 권영빈·김철승 위원은 26일 세월호 4층 좌현 선수에 난 진출입로로 5층 조타실에 들어갔다. 이들 선조위원이 이날 찍은 채증사진을 보면 가로 9.8m, 세로 6.8m 크기의 조타실은 3년 전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면서 장비와 집기들이 왼쪽으로 쏠리면서 서로 뒤엉킨 채 녹슬고 부서졌다. 3년간 해저에 있는 동안 배 안으로 들어온 진흙과 부유물이 켜켜이 쌓이면서 발디딜 곳조차 보이지 않았다.
조타실 내 조타기와 무전기, 통신장비 등 일부 고정돼 있는 시설물도 침몰 전과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켰지만 검붉게 녹슬기는 마찬가지였다. 조타기 앞 유리창 위의 시계와 풍항계, 풍속계는 진흙이 덮여 계기판의 지침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선조위원들은 조타실에서 침몰의 원인을 밝혀 줄 핵심단서가 될 침몰기록장치(코스 레코드) 확보에 나섰다. 침몰기록장치가 있던 조타실 중앙에서 좌현 방향의 자리에는 선체가 기울면서 떨어진 장애물들이 1.5m 높이로 쌓여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세월호 5층 조타실 내부 모습. 조타기와 무전기, 통신장비 등이 녹슬고 파손돼 있다. 목포=연합뉴스 |
침몰기록장치는 세월호 급변침 등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는 핵심단서다. 만약 침로기록장치를 수거하면 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겨 복원을 시도한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잉크가 산화할 우려가 있어 미수습자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고 긴급히 증거보전 조치를 취하기 위해 조타실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목포=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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