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29일 열린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한 지 5개월 만이다.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법률, 세제,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했다”며 “그 결과 사업경쟁력에 도움이 안 되고 경영 역량을 분산시킬 뿐 아니라 몇 가지 (부정적)이슈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로 조기 대선 정국이 되자 악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이 재벌총수의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강화를 막는 상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선후보들도 이에 찬성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은 별도로 자회사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삼성전자 주가를 고려하면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등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복잡한 문제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 이사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지분 매각 시 주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등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TV 등 세트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균형을 이루는 만큼 현재의 사업구조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금도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오너십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굳이 안팎으로 불리한 여건과 비우호적인 여론에 맞서가며 지주회사 전환을 감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1분기(1∼3월) 연결기준 확정실적으로 매출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 사업의 호조로 1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인 2013년 3분기(10조16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삼성전자는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4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김수미·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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