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초 검찰 정기인사에 따라 새롭게 부임한 서울중앙지검 고위간부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줄여서 ‘공조부’라고 부르는 부서는 그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산하에 신설됐다. 3차장검사 휘하에는 특수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부 등 특별수사 전담부서가 즐비하다. 운동경기에 비유하면 ‘전통의 강호’에 해당하는 특수부나 강력부 대신 ‘신인’이나 다름없는 공조부를 주목하라는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주목하라”
29일 검찰에 따르면 공조부에 주어진 주된 임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담합 사건의 처리다. 담합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반드시 공정위가 먼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 이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라고 부른다. 물론 사안에 따라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정위가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그간 담합 사건 처리의 일반적 수순이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에 공조부가 신설된 뒤 이같은 관행에 변화가 일고 있다. 공조부는 최근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에 알루미늄 합금을 납품하는 협력사 7곳이 가격 담합을 저지른 단서를 잡고 관련 임원 13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는 공정위 고발을 거치지 않고 검찰의 자체 인지로 수사가 이뤄진 사례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협력사 7곳 중 하나인 A사의 조세포탈 혐의를 조사하던 중 입찰 담합 정황을 포착해 현대차로부터 입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공조부가 강원 원주~강릉 복선전철 노반신설 공사 입찰 과정에서 저질러진 담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부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됐다. 당시 검찰은 대형 건설업체 4곳의 담합을 포착해 관련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담합 사건에서 구속수사를 밀어붙인 것도 이례적이지만 공정위 고발을 기다리지 않고 검찰이 직접 사건을 인지해 수사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입찰 담합 등 다양한 분야의 공정거래 비위행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인지 및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공정위 고발에만 기대지 않고 검찰 스스로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속고발 폐지 여부 ‘눈길’
명실상부한 ‘경제검찰’로 부상한 서울중앙지검 공조부의 초대 부장은 한동훈(44) 부장검사다. 그는 대기업 수사 경험이 풍부한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대신해 탄생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맡아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파헤쳤다. 최근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삼성의 뇌물공여 의혹을 수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 부장검사 뒤를 이어 2대 공조부장으로 재직 중인 이는 이준식(48) 부장검사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을 지내 경제·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2011년에는 옛 대검 중수부에서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현대차 납품업체들의 담합 사건, 원주~강릉 복선전철 공사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사건 모두 이 부장검사가 수사를 이끌었다.
일각에선 공조부의 맹활약이 결국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검찰이 입찰 담합을 인지한 직후 신속히 개입해 직접 수사한 뒤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하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등 유력 후보들이 일제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 후보 캠프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와 형사 처벌이 가능한 전속고발권을 선별적으로 폐지하겠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나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사건을 검찰과 경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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