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김대중·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1992년 대선에서 패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머물던 생면부지의 김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찾아가 출간 허가를 받아냈다. 1994년 펴낸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가 그 책이다. 그 다음해에는 이 전 대통령을 설득해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으로 만든 ‘신화는 없다’를 펴냈다. 두 책 모두 히트했고, 두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기여를 했다. 이번 5·9 대선에도 박 전 대표가 출판계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대선후보 책을 기획했고 반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출판인들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가 그제 6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31세 때 사장에 취임해 6개월 만에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간했다. 이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출판 경영인이었다. 그런 그가 김영사 대표와 출판인회의 회장으로 잘나가던 2014년 봄에 돌연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복귀한 김강유 회장과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여왔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마음 세수하듯 금강경을 읽는다”고 했다. “한 번도 제 자신의 편안함에서 벗어난 일을 해본 것 같지 않다”고도 말할 정도로 일벌레였다. 이를 두고 출판계에선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 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나 사람이나 과속은 위험하다. 스스로 제동을 걸지 못하면 금강경조차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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