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늘 인상 좋고 환하게 웃는 환경미화원이 있다고 해 그를 만나러 이곳을 찾았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홍대역을 구원(?)한 행복한 환경미화원이 있다고 소문이 나 그 실상을 확인하려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드디어 키가 23cm에 불과한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만났다. 소문대로 연두색 작업복을 입고 쓰레기통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쭉 뻗고 있었다.
실제 주인공은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였다. 지하철역 통풍구 위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둘러쳐진 유리 펜스에 붙은 스티커에는 '이 곳은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적혀 있다.
아저씨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니 스티커에 나온 대로 15m쯤 걸어가니 어김없이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홍대 앞 서교동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연간 약 1만8000t으로 구 전체 대비 4분의 1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25명이 날마다 청소해도 처리가 벅찬데, 인파가 더 몰리는 주말에는 쓰레기는 2배로 불어나고 인파로 비질하기조차 힘들다고 구청 측은 하소연한다.
통풍구 옆 공간은 이 스티커가 붙기 전만 해도 종이컵이나 깡통,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로 가득했었다. 이곳에 걸터앉거나 근처에서 커피 등을 마시다가 무심코 놓고 간 '버려진 양심'들이었다.
환경미화원 스티커 부착 후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는 게 근처 가게의 전언이다. 실제로 대낮임에도 사진과 같이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스티커는 이곳뿐만 아니라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입·출구 난간, 배전함 등에 부착돼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웃는 얼굴로 쓰레기통을 안내하고 있다.
스티커 속 환경미화원의 웃음이 볼수록 포근해 거부감도 없다는 게 행인들의 반응이다.
이 스티커는 직원이 4명뿐인 광고 회사 '아이디엇'이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세상을 바꾸자는 신념으로 미니 환경미화원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스티커가 없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들이 나서 미니 환경미화원의 노력에 화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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