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그제 충남 공주 유세에서 “선거철 되니까 또 색깔론, 종북몰이가 시끄럽다”며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라고 했다. 자신의 안보관을 문제 삼은 상대 진영을 비난한 것인데 부적절한 표현이다. 문 후보는 ‘우클릭’ 행보로 자제했던 ‘적폐 청산’ 카드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서울 신촌 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발생한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그가 제1호 공약으로 내건 적폐청산특별조사위는 수사권까지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 후보는 지난 23일 “편 가르기 정치, 분열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국민대통합정부 구성을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선거 종반에 적폐 청산으로 회귀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해찬 의원은 한술 더 떴다. 이 의원은 공주 유세에서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폐 청산과 궤멸이라는 용어에는 집권 후 정치보복을 암시하는 적개심이 묻어난다. 그는 또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에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사람들이 이어서 쭉 장기집권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권력을 잡은 듯한 발언을 쏟아내는 건 오만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장기집권 운운한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무시한 비민주적 발상이다.
“보수·진보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문 후보를 ‘계파 패권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갈수록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진보 시민단체를 향해 “에라이, 이 도둑놈의 XX들”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사회는 국론분열이라는 심각한 대통령 탄핵 후유증을 앓고 있다. 차기 정부의 대통령은 두 쪽으로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국민통합을 외치면서 상대 진영에 ‘막말 폭탄’을 던져서야 되겠는가. 대선후보들은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막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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