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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당인 민주당은 국정 파트너인 자민련(17석)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의원을 꿔줬다. ‘양자(養子)정치’의 코미디였다. 그해 12월 민주당 송석찬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탈당하며 지구당 당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저는 연어의 심정으로 민주당을 떠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에 돌아왔으나 19대 총선 낙천에 불복해 다시 뛰쳐나갔다. 자유선진당에 입당하자 연어에서 철새로 변신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철새는 무소신 정치인의 대명사로 쓰인다. 이당 저당 옮기는 게 예사다. 당적 변경 횟수로는 자유한국당 이인제 전 의원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여야를 넘나들며 3김(金)이 만든 정당을 포함해 십여곳을 전전했다. “지역, 계파, 노선을 초월해 정치를 해본 나만큼 통합의 적임자는 없다”고 자랑할 정도다. 송 의원은 탈당 전 이인제 계파로 통했다.

2002년 2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이회창 총재에게 반기를 들고 탈당했다.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해 있다가 대선 한 달 전 복당 방침을 밝혔다. “박 의원도 철새다”, “연어라면 몰라도 철새까지는 아니다”는 갑론을박이 한동안 벌어졌다.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어제 탈당하며 한국당 복귀를 선언했다. 자기네 살겠다고 염치도, 도의도 저버린 것이다. 연어, 철새 보다 ‘좀팽이’와 비슷한 ‘쫄보(졸보의 속된 말)’라는 조롱이 화제다. 탈당파 중 권성동, 김성태, 장제원 의원이 특히 욕을 많이 먹고 있다. “결심의 과정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뜁니다.” 장 의원이 지난해 12월 SNS 글에서 바른정당 창당 직후 각오를 전한 것이다. ‘새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 권 의원은 각각 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 국조특위, 국회탄핵소추 위원장을 지냈다. 탈당파는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의원총회와 성명서를 통해 3자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데 열 올렸다. 인터넷에선 쓰레기, 배신자 등 비난과 함께 유승민 후보를 찍겠다는 응원이 쇄도했다. 후원금도 10배로 늘었다. 후보 흔들기만 하던 패거리가 떠나면서 선거운동을 해준 셈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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